길을 걷는 건 참 단순한 일이다. 한 발 앞에 한 발. 그런데 낯선 곳에서 걷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 된다. 같은 걸음인데,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다르다.
아무 계획 없이
그날은 아무 계획이 없었다. 숙소를 나서면서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도 정하지 않았다. 그냥 발이 가는 대로.
좁은 골목 사이로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누군가의 집 앞에 놓인 화분, 자전거, 우체통.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

느리게 걷기
여행 중에 빨리 걸을 이유가 없다. 도착해야 할 곳도, 만나야 할 사람도 없으니까. 그래서 천천히 걸었다. 평소보다 훨씬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라디오 소리, 접시 부딪히는 소리, 고양이 울음소리. 빨리 걸을 때는 몰랐던 것들.
여행은 꼭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안 가던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속도를 바꾸는 것.
다음에는 더 천천히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