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 시의 교토는 조용하다.
관광객도 없고, 인력거도 없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도 없다. 그저 돌바닥 위로 안개가 낮게 깔려 있고, 어딘가에서 새 한 마리가 울고, 멀리 절에서 종소리가 한 번 울린다.
나는 숙소 문을 조심히 닫고 히가시야마 쪽으로 걸었다.
아무도 없는 골목
하루 종일 사람이 넘쳐나는 산넨자카 골목이 새벽에는 딴 세상이 된다. 돌계단 위로 가로등 하나만 켜져 있고, 기념품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그 고요함이 좋았다.
교토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어떤 절의 황금 빛깔이나 화려한 마쓰리가 아니라, 이 새벽 골목이었다. 혼자였고, 아무것도 살 수 없었고,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없었지만 — 그래서 오히려 온전히 그 공간에 있을 수 있었다.
두부 아침식사
아침 일곱 시쯤 되자 조금씩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게 문 앞을 빗자루로 쓰는 할머니, 두부를 배달하는 오토바이,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학생.
지도 앱 없이 발 닿는 대로 걷다가 작은 가게 하나를 찾았다. 간판도 없고 메뉴판도 일본어만 적혀 있었다. 그냥 들어가서 손가락으로 옆 사람 것을 가리켰다.
나온 것은 두부 정식이었다.
흰 두부 한 모, 된장국, 밥, 절임 채소 몇 가지. 단순하고, 뜨겁고, 맛있었다. 천 오백 엔이었다.
혼자 여행의 언어
교토에서는 말이 별로 필요 없었다. 영어도 통하지 않는 곳이 많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면 됐다. 웃으면 됐다. 지갑을 내밀면 됐다.
언어가 없으니 오히려 다른 것들이 보였다. 가게 주인의 손동작, 포장지 접는 방식, 물건을 건네는 각도.
여행을 오래 할수록 말보다 그런 것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교토는 다시 오고 싶은 도시 목록의 첫 번째다. 하지만 아마 다음에도 그 어떤 유명한 곳보다 새벽 골목 산책이 제일 좋을 것 같다.